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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잊혀질 권리 서비스 확대

dietgogo 2026. 3. 18. 21:11

고인이 남긴 온라인 계정과 디지털 기록을 유족이 체계적으로 삭제·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정부의 '디지털 잊혀질 권리' 서비스가 대폭 확대 시행된다.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인터넷 속 그 사람은 사라지지 않는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2년 전 올린 맛집 후기가 그대로 남아 있고, 인스타그램에는 마지막으로 찍은 셀피가 여전히 좋아요를 받는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바뀌지 않은 채 친구 목록에 남아 있고, 이메일 수신함에는 쇼핑몰 프로모션이 계속 쌓인다.

유족 입장에서는 이 디지털 흔적들이 때로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리해야 할 짐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 과정이 지금까지 굉장히 번거로웠다는 것이다. 플랫폼마다 절차가 다르고, 필요한 서류도 제각각이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조차 막막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고인의 디지털 흔적을 삭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잊혀질 권리' 서비스를 대폭 확대한다. 무엇이 달라지는지, 그리고 우리가 미리 알아둬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디지털 잊혀질 권리란 무엇인가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는 원래 유럽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쉽게 말해, 인터넷에 남아 있는 나에 대한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가 구글에 특정 검색 결과의 링크를 삭제하라고 판결한 것이 세계적으로 이 권리가 인정된 첫 사례로 꼽힌다. 이후 EU는 GDPR(일반데이터보호규정)을 통해 '삭제 청구권'이라는 이름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운영하는 '지우개(잊힐 권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 서비스는 주로 미성년 시기에 올린 게시물 중 개인정보가 포함된 것을 삭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고인의 디지털 흔적을 유족이 정리하는 문제는 별도의 체계가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왜 지금 이 서비스가 필요한가

한 사람이 보유한 온라인 계정 수는 평균 170개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SNS 계정, 이메일, 쇼핑몰 회원가입, 구독 서비스, 클라우드 저장소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누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유족이 이 모든 계정을 파악하고 하나하나 정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실제로 주요 온라인 플랫폼 중 사망자 계정 처리에 관한 정보를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곳은 전체의 36%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계정 해지를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가 20가지를 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유료 구독 서비스가 결합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고인 명의의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각종 앱 결제가 자동으로 계속 빠져나가는데, 해지 절차를 밟으려면 본인 인증이 필요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2024년 말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에는 고인의 계정 정보를 유족에게 제공하는 문제를 놓고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와 유족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디지털 유산 관리에 대한 법적·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서비스 확대로 무엇이 달라지나

이번 확대의 핵심은 유족이 고인의 디지털 흔적을 보다 쉽고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기존에는 사망자의 재산(금융, 부동산, 세금 등)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는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는 있었지만, 디지털 계정과 온라인 기록에 대한 통합 관리 서비스는 사실상 부재했다. 각 플랫폼에 개별적으로 연락해서 사망 사실을 증명하고, 삭제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확대된 서비스는 이러한 분절적 구조를 개선하여, 유족이 한 곳에서 주요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계정 정리를 요청하거나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추가 확인이 필요한 내용: 서비스의 구체적인 적용 범위, 참여 플랫폼 목록, 신청 절차와 필요 서류 등 세부 사항은 관련 정부 부처(개인정보보호위원회, 행정안전부 등)의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 본 글 작성 시점에 해당 발표의 전문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절차는 정부24(gov.kr) 또는 개인정보 포털(privacy.go.kr)에서 확인하는 것을 권장한다.

 

국내 플랫폼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현재 국내 주요 플랫폼들의 사망자 계정 처리 정책은 상당히 다르다.

네이버의 경우, 계정 자체(아이디·비밀번호)는 유족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유족이 요청하면 회원 탈퇴 처리를 해주고, 블로그의 공개 글을 백업해서 제공하는 것은 지원한다. 비공개 게시물이나 이메일 같은 비공개 정보는 고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제공하지 않는다.

카카오는 약관상 디지털 유산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는 상태다. 유족이 요청하면 사망자 계정을 삭제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고인의 데이터를 유족에게 넘기지는 않는다.

해외 플랫폼은 조금 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페이스북(메타)은 계정을 '추모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삭제하는 두 가지 선택지를 준다. 애플은 2021년부터 '디지털 유산 관리자' 제도를 도입해, 생전에 지정해둔 관리자가 사후에 iCloud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도 '휴면계정 관리자' 기능을 통해 일정 기간 계정이 비활성화되면 지정된 사람에게 데이터를 전달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법적 정비는 어디까지 왔나

현행 민법상 디지털 자산이 상속 대상인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라는 표현이 디지털 계정의 이용 계약 지위까지 포함하는지에 대해서는 법학계에서도 해석이 갈린다.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통해 대형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가 유족의 요청 시 고인의 디지털 정보를 일정 절차에 따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동시에 고인이 생전에 자신의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의사를 미리 밝힐 수 있는 장치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디지털 유산 관리를 위한 '원스톱 창구' 운영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생전에 관리자를 지정하고 처리 방법을 등록해두면, 사후에 유족이 그 창구를 통해 일괄 처리를 요청할 수 있는 구조다.

 

AI 시대, 잊혀질 권리는 더 복잡해진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대규모 AI 모델이 인터넷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온라인에서 게시물을 삭제하더라도 AI가 이미 그 정보를 학습한 상태일 수 있다는 문제다.

예를 들어, 고인이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 AI 학습 데이터에 포함되었다면, 블로그 글을 지운다고 해서 AI의 '기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머신 언러닝(Machine Unlearning)' 기술이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실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 부분은 현재 기술적으로 완전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개인 차원에서는 인터넷에 정보를 남기는 행위 자체에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디지털 유산 관리는 사후에 유족이 정리하는 것보다, 생전에 본인이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생전에 준비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

  • 주요 계정 목록(이메일, SNS, 금융, 구독 서비스 등)을 정리해 안전한 곳에 보관
  • 구글 '휴면계정 관리자', 애플 '디지털 유산 관리자' 등 플랫폼별 사후 계정 처리 옵션 설정
  • 자동 결제 중인 구독 서비스 목록 별도 정리
  • 가족에게 디지털 계정 처리 방향(삭제 vs 보존)에 대한 의사 공유

유족이 활용할 수 있는 채널:

  • 정부24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 (재산 관련)
  • 개인정보 포털 지우개 서비스 (게시물 삭제·검색 차단)
  • 각 플랫폼 고객센터 (계정별 개별 처리)